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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T

머리 위의 황금 장미는 변색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 정말이야." 단호한 어조의 반박이었다.

 

하지만 이 말의 꼬리에 이어진 말은 완벽히 그리 생각하였음을 유추하게 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도, 우리 정도 나이의 아이들이 길에 혼자 있으면 위험한 게 맞을걸."

 

제가 보인 태도와 별개로 위험은 위험이었기에, 혹여라도 자신 있게 혼자 돌아다니다 나쁜 일에 휘말릴까 덧붙인 말이었다. 하지만 정말로 그런 위험이 닥친다면, 같은 나이인 제가 동행인이라고 해도 크게 도움이 되진 않았을 터다. 그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실상은 이 말 역시 변명에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너 역시 즐기고 있었다는 말은 진심이었나 보다. 하루씩, 축제의 날이 지나갈 때마다 날짜를 세는 너를 상상하면 어쩐지 마음 깊숙한 곳이 안심되는 기분이었다. 요전에 사람들 틈에 끼어 힘들어하던 너를 떠올려 보아도, 그 이후의 표정이 거짓된 즐거움으로 보이지는 않았음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거짓이 아니라면, 그 때의 너를 지켜보던 입안에 느껴지던 쓴맛은 그저 원인 모를 염려였을까…. 그 답이 맞다. 분명 그랬을 것이다. 다른 이의 속마음을 어떻게 알겠는가.

 

"사실 난 출석부를 보고서야 실감이 났거든. 쭉 마지막이 올 것 같지 않은 기분이어서."

 

정확히 어디에 갈지는 아직 정해놓지 않았기에, 고민하는 데 다소의 시간이 걸렸다. "꽃을 나눠주는 곳에 가고 싶은데…."

 

네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직 다 알지 못했다. 혹은 아예 존재하지 않거나 너조차도 아직 모르는 것일 수도 있었다. 그러니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은 미뤄두었다. 오직 겉으로만.가 본 네 모습 중에, 가장 기뻐 보이는 웃음을 지었던 때는 아마도 꽃 모양 핀을 선물받은 직후였을 것이다. 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거짓 없는 진실이라면. 전보다 네 겉모습을 믿을 수 있게 된 뒤에 다시 그 표정을 본다면 네게도, 자신에게도 기억에 남는 일이 될 것 같았다.

 

'다시 꽃을 선물할게. 네가 꼭 꽃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그러면 선물을 받은 네가 웃을 테니까.'

 

"어떤 꽃은 이번 축제랑 관련이 깊기도 하잖아. 그러니까, 마지막엔 날 도와준 친구에게 한 번 더 황금 장미를 선물하고 싶었어."

 

말마따나 마지막이 다가왔지만,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친구라는 이름의 낯설고 복잡한 관계에 대해 제가 어떻게 한 주만에 다 알 수 있었을까? 먼저 허락해 준 몇몇을 제외하고, 자신은 여전히 대다수의 동기를 친구라고 불러도 될지 알지 못했다. 다만 네가 이 말에 선뜻 동의해준다면, 그래. 우리 둘은 확실히 친구가 된 셈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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