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T (4) 썸네일형 리스트형 (편지와 함께 말린 홍단풍잎 한 장이 들어있다.) 사랑하는 발렌시아에게 네 눈에 그렇게 보인다면, 나는 우리가 닮아가는 이유를 알 것 같은걸. 어쩌면 멀리서도 네 흔적을 찾고자 하는 바람이 자연스레 닮은 면을 만들어내는지도 몰라. 요즘은 많은 연락이 오가는 시기라, 지난 답장을 보낸 뒤로도 몇 장의 편지를 더 받았어. 그 편지들은 네게서 온 게 아니었지만, 뒷면의 이름을 보기 위해 봉투를 뒤집기 전까지는 매번 네가 보낸 것이 아닐까 고민하며 웃음 짓곤 했어. 그 고민을 하지 않게 된 건 최근의 일이었는데, 다른 곳에서 온 편지를 받아 들고도 곧바로 뒷면을 훑지 않게 되자 이제 더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거든. 오늘은 그 예상이 좋은 방향으로 빗나간 날이야. 발렌시아. 편지에 쓰인 네 이름을 본 직후에 입가를 가릴 수 있었다는 점에 감사.. 손 너의 앓는 소리에 숨을 죽였다. 바로 말을 잇지 못하고 망설이는 모습에서 얕지 않은 고민이 느껴졌다. 이제는 싫은 것이 생겼다는, 그래서 능력을 쓰고 싶지 않다는 말을 들으며 중간중간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런 마음,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야." 진심이 무겁게 담긴 말이었다. 제 능력이 타인의 몸을 상처입힌다면, 네 능력은 마음에 잔해를 남길 수 있었다. 그 상대는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누군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거라는―네 능력으로 인해 누구도 불행해지지 않을 거라는― 마냥 희망적인 말을 하기는 힘들었다. "...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더는 능력을 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해. 다른 사람들이 불행해질까봐 참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누군가의 손을 잡는 일이 싫어졌.. 머리 위의 황금 장미는 변색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 정말이야." 단호한 어조의 반박이었다. 하지만 이 말의 꼬리에 이어진 말은 완벽히 그리 생각하였음을 유추하게 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도, 우리 정도 나이의 아이들이 길에 혼자 있으면 위험한 게 맞을걸." 제가 보인 태도와 별개로 위험은 위험이었기에, 혹여라도 자신 있게 혼자 돌아다니다 나쁜 일에 휘말릴까 덧붙인 말이었다. 하지만 정말로 그런 위험이 닥친다면, 같은 나이인 제가 동행인이라고 해도 크게 도움이 되진 않았을 터다. 그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실상은 이 말 역시 변명에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너 역시 즐기고 있었다는 말은 진심이었나 보다. 하루씩, 축제의 날이 지나갈 때마다 날짜를 세는 너를 상상하면 어쩐지 마음 깊숙한 곳이 안심되는 기분이었다. 요전에 사람들 틈에 끼.. 보물에 대하여. 귀걸이라든지, 반지라든지, 목걸이라든지 하는… "검술에 방해가 되려나요?" … 장신구를 멀리해 왔던 것은 검술에 방해가 되어서였던가, 가풍에 어긋나는 사치품이기 때문이었던가? 분명한 것은 행동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점에서 이미 자신의 선택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머지않아 기억이 떠올랐다. 과한 욕심이 탈을 부를 거란다. 태생부터 날카로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를 안쓰러워하며 누군가 말했다. 네 능력은 너무나도, 무기답구나. '우리 모두는 검을 배우기에 앞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검을 휘둘러서는 안 됨을 배웠지. 검은 오로지 잃지 않기 위해서만 휘둘러져야 하는 것. 하지만 네겐 그런 배움이 허락되지 않았으니, 검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면 다른 욕심은 모두 저버리렴.' 자신이 먼저 검을 내..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