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의 편지네요!
우리 학년이 다 함께 여름 여행을 갔을 때 이후로 꽤 많은 시간이 지난 것 같아요.
벌써 우리도 18살이니까, 그 여행이 예전 일로 느껴지는 것도 당연하겠죠.
그때 우연이 우리 가족들에 대해 이야기해달라고 했던 게 기억나나요?
머리가 가족 생각으로 가득 차서 잠이 오지 않던 걸, 더위나 파도 소리 때문으로 둘러대던 날 밤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 말까지는 안 했다고요? 맞아요. 그때는 왠지 둘러댔다는 걸 솔직하게 말하기 부끄러웠거든요.
아무튼, 그날은 아마 동생 이야기로 시작을 열었던 것 같네요. 어리지만 똑똑한 제 동생 말이에요.
저보다 두 살 어리지만 어려운 수학 문제를 아주 잘 풀고, 저와 함께 집안일을 도와주기도 했죠.
그 집안일이라는 게 어떤 건지도 말씀을 드렸던 것 같아요. 제 부모님께선 마을의 유일한 식료품점을 운영하고 계시죠.
아카데미에서 사귄 친구들도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들러줬으면 했는데, 제 기억에 아마 우연은…
아, 설마 제가 다른 일을 하느라 우연이 놀러 온 날을 놓치기라도 한 건 아니겠죠?
그런 건 부디 아니었으면 해요. 만약 제 소중한 친구가 왔었다는 걸 여태 모르고 있었다면, 늦기 전에 꼭 사과해야겠죠.
그리고… 잠들기 직전엔 삼촌과 숙모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던 것 같아요. 혹시 이유를 눈치 챘나요?
숙모가 사냥을 다니는 숲 속의 괴담은 그런 한밤중에 듣기에 딱 좋고, 삼촌의 어려운 책 이야기는 사람을 금방 잠들게 만들거든요. 둘 다 얼마나 낯설고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인지… 그 때의 우연이 산술과 괴담을 너무 싫어하지 않았길 바라요.
그냥, 그런 일들이 문득 생각이 났네요.
그때 이야기한 동생이 많이 커서일지도… 아니면 그때처럼 여행을 하고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생각난 뒤엔 그 기억을 곱씹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편지를 썼어요.
우연은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저한테 알려준 가족들은 여전한지, 우연에게는 특별히 달라진 점이 없는지…
궁금한 게 많아요. 이 편지의 답장에 적어줄 수 있을까요?
이 편지가 제대로 전해져서 제게 보낼 이야기가 생겼다면, 받는 이의 주소는 아카데미로 적어 주세요.
올해는 집으로 온 편지를 받지 못할지도 모르거든요.
참, 저는 이번 방학이 끝나기 전 기숙사에 며칠 일찍 돌아갈 예정이에요. 그리고 그날 우연이 보낸 편지를 읽게 되겠죠.
만약 우연에게도 그만큼 일찍 올 일이 생긴다면 직접 말해주는 것도 좋겠네요.
거의 텅 빈 아카데미에서 둘이 모여 추억 이야기를 하는 것, 틀림없이 재미있을 거예요.
마침 다음 학기는 찬바람이 많이 불 계절이네요.
기온은 정반대지만, 그날 바닷가에서 듣던 파도 소리를 떠올리기에 좋을 것 같아요.
그럼, 아카데미에서 다시 만나요. 좋은 방학 보내요.
로단테 클라인

(* 0~1차 기간 동안 놀아주셔서 감사합니다! 18살 하계방학 시점으로 지난 멘션의 마무리를 겸한 내용입니다. 해당 역극 및 편지 관련 설정을 날조하셔도 괜찮으며, 답장은 꼭 주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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